조건규는 뛰고 싶었다. 오래도록 뛰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프로팀 일원이라는 미명은 무척 매력적이었지만, 뛸 수 있는 팀과 무대가 더 간절했다. K리그2를 떠나 K3리그에서 도전을 이어간 그의 선택은 옳았다. 조건규는 2023시즌 K3리그에서 가장 많이 골을 넣는 선수로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있다.
종착역으로 향하는 2023시즌 K3리그가 흥미진진하다.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선두 싸움이다. 화성FC와 FC목포가 우승컵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중이다. 우승과 함께 프로팀 전환까지 노리는 화성의 질주는 새삼스럽지 않다. 그에 비해 목포의 도약은 극적이다. 지난해 하위권을 전전하다 13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순위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목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팀을 정비했다. 조덕제 감독 선임이 그 신호탄이었다. 조덕제 감독은 수원FC와 부산아이파크를 차례로 K리그2에서 K리그1으로 승격시킨 지도력으로 유명하다. 목포에서도 유효했다.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 자원들을 불러모아 탄탄한 팀으로 재건했다. “운동 안 나오고 뭐하냐~”. 목포축구센터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 중 하나다. 조덕제 감독은 선수들을 채근하는 목소리로 목포의 아침을 깨운다. 오후 훈련에서도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요구한다. 조덕제 감독 특유의 화끈한 공격 축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기동력, 그리고 성실함이 필요하다. 조건규도 감독의 '재건의 손길' 이 닿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조건규는 2019년 부천FC에 입단하는 것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프로 문턱을 넘어섰을 때만 해도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공격수였지만 프로의 세계는 정글 같았다. 강한 이들로 넘쳐나는 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기회는 충분하지 않았다. 충남아산을 거쳐 K3리그 경주한수원으로 임대 이적을 택할 때도 하나만 생각했다. ‘오래 뛰는 선수가 되려면 뛸 수 있는 팀으로 가야 한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