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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 '우생순' 주장 이상은 "끝까지 열심히 뛰고 결과는 나중에 생각하자"

2024-07-24

2004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두 번의 연장전을 벌인 끝에 은메달을 따낼 당시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던 이상은 맥스포츠 해설위원

"올림픽이란 무대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미리 겁먹을 필요 없다.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부딪혀 봐라. 남은 1초까지라도 끝까지 열심히 뛰고 결과는 뒤에 생각하자"

2024 파리 올림픽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11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여자 핸드볼이지만 예선에서 맞붙는 5팀 모두 유럽의 강호들이어서 1승도 쉽지 않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우생순'(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주역으로 당시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던 이상은 맥스포츠 해설위원이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응원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당장 뛰는 경기에만 집중하자

이상은 해설위원은 "예전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상대가 아무리 강팀이어도 그냥 한 경기에만 집중해서 뛰다 보면 고비도 오고 기회도 온다. 하나가 돼 똘똘 뭉쳐 서로 파이팅 해주고, 집중해서 끝까지 뛰어주면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며 “주변의 기우처럼 지레 겁먹을 필요 없고, 먼저 우리가 할 거에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해설을 위해 선수 개개인의 특징과 스타일까지 공부하고 연구한 만큼 우리 선수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상은 해설위원은 대한민국팀이 8강에 충분히 갈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승패는 수비에서 결정된다고 보았다. 국내 리그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다 보니 공격은 강해졌기에 수비와 체력이 관건이라는 것.

"수비를 탄탄하게 하고 속공을 활용해 쉽게 득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가 한 발 더 뛰어서 상대의 슛을 최대한 어렵게 해줘야 골키퍼도 막을 수 있다. 상대가 피지컬이 좋기 때문에 편하게 놔주면 9m, 10m도 노마크 찬스나 마찬가지다. 일대일로 잡으려고 하면 놓치기 때문에 반드시 협력 수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협력 수비를 하려면 체력이 필수적이다."

피지컬 좋은 상대와 싸우기 위해서는 협력 수비가 필수적이라는 이 해설위원은 우생순 때도 마찬가지였고 대한민국 대표팀의 훈련은 수비 연습이 70%였다고 덧붙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올림픽은 결국 유럽 강호들과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신장이 크기 때문에 조금 더 앞서서 뛰고 협력 수비를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 정신력으로 버틴다고 하지만, 결국 그것도 체력이 받쳐줘야 가능하다. 뛰다 보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가 오는 데 그걸 넘어서야 한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두 번의 연장전을 벌인 끝에 은메달을 따낼 당시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던 이상은 맥스포츠 해설위원


끝까지 포기하면 안 돼

이상은 해설위원은 2004 아테네 올림픽에 비해 현재 선수들의 플레이가 오히려 더 화려하고 기술적으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럼 결국 남은 건 몸싸움이다.

"우리 때도 피지컬 차이가 크게 나서 유럽 선수에 비하면 아기 같다고 그랬다. 그래도 그 선수들하고 부딪혀서 밀리지 않았다. 그 정도로 훈련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기에 가능했다.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 해설위원은 육체적으로 몸싸움을 극복해야 한다면, 정신적으로 방심은 금물이라고 충고했다. 세계 최강의 팀들이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해도 금방 점수 차가 벌어지는데 한번 벌어지면 쫓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몇 골을 이기든, 몇 골을 지든 무조건 집중해서 끝까지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포기하는 순간 응원하는 국민들도 포기하게 된다"며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어도 안 될 때가 있다. 그러면 아 열심히 뛰었는데 피지컬적인 부분은 안 되는구나. 그래도 내용이나 투지는 너무 좋았다 이러면서 응원하고 박수쳐 줄 것"이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을 때 국민들이 결과와 상관없이 응원해 준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때 경험했기 때문이다.

"두 번 연장전을 했든 어쨌든 졌으니까, 선수들은 풀이 죽어 귀국했다. 당시만 해도 금메달 아니면 알아주지 않던 때였으니까. 그런데 귀국하니 난리가 났더라. 결승에서 패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국민들이 환영해 주고 응원과 성원을 보내주었다"며 "이번 올림픽에서 어려울 거라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그걸 뛰어넘기 위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 두 번의 연장전을 벌인 끝에 은메달을 따낼 당시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던 이상은 맥스포츠 해설위원


해설로 다시 만난 핸드볼

이상은 해설위원은 초등학교 3학년 10살 때부터 핸드볼을 시작해 34살에 은퇴했다. 1995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2000 시드니 올림픽 4위, 2004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까지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해 2개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덴마크에서 1년, 스페인에서 3년 선수 생활을 하고 은퇴했다.

'우생순'으로 유명한 2004 아테네 올림픽 때는 대표팀 주장을 맡았고 센터 백과 레프트 백으로 활약했다. 시드니 올림픽 때는 득점 2위, 아테네 올림픽 때는 득점 3위에 올랐을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24년 동안 선수 생활하면서 세 번이나 수술했을 정도로 부상에 시달렸는데 결국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다 부상이 회복되지 않아 자진 하차했다.

은퇴 후에는 육아에만 전념하느라 핸드볼을 완전히 떠났다. 아이가 자라면서 재능기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핸드볼학교(대한핸드볼협회 운영)에서 가르치기 시작하다 이게 커지면서 현재는 클럽으로 발전해 매주 수요일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핸드볼 지도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해설 제의가 와 해설을 하게 됐다.

"핸드볼 해설은 3년 전부터 시작했다. 지금도 어려운 게 전달하고 싶은 건 많은데 흐름이 너무 빠르니까 타이밍을 놓치기도 하고 그런다. 아직도 하면서 배우고 그러는 중이다."

3년이 됐지만, 여전히 머릿속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상은 해설위원은 조은희 해설위원의 조언에 자신만의 해설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조은희 선배가 너만의 중계를 만들라고 하셔서 저는 골을 도와주는 선수나, 수비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보여주는 스타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런데 이게 전달하고 싶은 건 많은데 흐름이 너무 빨라서 타이밍을 놓치고 이러다 보니 처음에는 되게 힘들었다."

이 해설위원은 머릿속 생각을 한정된 시간에 입으로 전달한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이라는 걸 실감하며 해설이라는 세계에 적응 중이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터득한 해설에 대해 "짧고 간결하지만 정확하고 쉽게 그리고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맞게" 설명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선수들의 개개인 특징과 스타일부터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며, 선수와 함께 뛰는 마음으로 해설하다 보니 지난 신한 SOL페이 23-24 핸드볼 H리그 시즌이 끝날 즈음에는 자기가 뛴 것처럼 힘들었다는 이상은 해설위원은 갈 길이 멀다면서도 "아직 짧은 경력이지만 어떤 상황에 대해 제 해설을 듣고 이해가 됐다고 얘기하실 때 보람을 느낀다"며 더 쉽고 정확한 해설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이상은 해설위원 프로필
1975. 03. 05

1995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핸드볼 우승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핸드볼 은메달
2000 시드니 올림픽 여자 핸드볼 4위
2003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핸드볼 3위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은메달
2005 경남아너스빌컵 국제여자핸드볼대회 우승

 

글 = 김용필 기자(MHN스포츠)
사진 제공=한국핸드볼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