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덴마크와
5차전에서 패배한 뒤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 조별리그에서 1승 4패를 거두며 대회 일정을 마쳤다. 독일, 슬로베니아와 승점 동률을 이뤘으나 골 득실에서 밀려 8강 진출이 무산됐다.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감독이 이끄는 한국(세계랭킹 22위)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5차전에서 덴마크(3위)에 20대 28로 졌다.
첫 경기 독일전을 이기며 이변을 썼던 한국은 이후 유럽 강호들에 내리 지며 수세에 몰렸다. 이날 덴마크를 상대로 승점을 따내야 8강에 오를 수 있었으나 바랐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반부터 슈팅 18개 가운데 10개가 상대 골키퍼에 막히며 일찌감치 기세가 기울었다. 후반 들어서도 실책이 연달아 나오며 리드는 점차 벌어졌다. 우빛나(서울시청)가 5골, 강은혜와 강경민(이상 SK)이 4골씩 올리며 분전했지만 덴마크의 벽을 넘기에는 무리였다.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몰랐던 이날도 한국 팬들은 어김없이 관중석을 메웠다. 양궁, 펜싱 등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띠거나 이름난 스타가 출전하는 인기 현장만큼이나 태극기의 수가 많았다.
응원 열기도 경기 내내 뜨거웠다. 후반 한때 두 자릿수 이상 리드가 벌어지며 전의를 상실할 만도 했지만 결과는 크게 중요치 않다는 듯 “대한민국 화이팅!” “한국 힘내라!” 목청이 찢어질 것 같은 외침이 계속됐다.
김현수(43)씨는 아내와 9살, 6살 자녀까지 온 가족이 총출동해 응원전을 폈다. 모든 종목을 통틀어 올림픽 경기 직관은 핸드볼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 경기가 될 거라는 걸 알고 왔다”며 “이기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그래서 오히려 더 힘이 필요할 것 같았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온 박혜연(28)씨도 대학 동기들과 함께 태극 마크가 달린 응원 도구를 잔뜩 들고 핸드볼 경기장을 찾았다. 박씨는 “핸드볼이 한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이긴 하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한국의 유일 구기 종목이기도 해서 힘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간절한 마음은 선수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날 한국의 최다 득점을 책임진 우빛나는 “코트에 들어서면 태극기가 있는지부터 확인한다”며 “태극기를 발견할 때마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이러려고 운동선수 했구나’ 싶기도 했다”고 밝혔다.
비록 올림픽 여정을 조기에 마치게 됐지만 성과가 없지는 않다. 선수들의 성장이 가장 큰 소득이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해 5명의 선수를 제외하고 대표팀 대다수가 올림픽은 처음이었지만 강호들을 상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헨리크 감독은 “선수들이 많은 성장을 한 것 같다”며 “특히 수비에서는 생각보다 너무 잘해줬다”고 평했다. 우빛나도 “대회 내내 ‘우리 이 만큼이나 성장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이번을 계기 삼아 더 성장하겠다. 무서운 한국 핸드볼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글 = 이누리 가자(국민일보 문화체육부)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