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같은 선수입니다.”
프로 데뷔 후 공식경기 첫 골을 중요한 코리아컵 준결승 무대에서 성공시킨 포항스틸러스 어정원(25)에 대해 박태하 감독은 이렇게 평가했다. 어정원은 측면수비수, 미드필더 뿐만 아니라 윙어로도 뛸 수 있는 장점을 내세워 포항의 중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어정원은 2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제주유나이티드와의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준결승 2차전의 영웅이 됐다. 1-1로 맞선 후반 35분 신광훈 대신 측면 수비수로 들어간 어정원은 투입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귀중한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어정원의 골에 힘입어 포항은 2차전을 2-1로 승리, 합계 스코어 4-3으로 제주를 따돌리고 2년 연속 코리아컵 결승에 올랐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어정원은 “개인적으로 코리아컵 1차전 활약이 좋지 못해서 2차전을 준비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준비했는데 결과로 이어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어 그는 “경기 전 몸을 풀면서 어느 포지션으로 들어갈지 예측을 하지 못했다. (신)광훈이 형 대신 수비수로 들어가게 됐는데 실점을 하지 않는 게 중요했고, 기회가 되면 공격에 가담하자고 생각해 골 넣는 상황에서 운 좋게 득점하게 됐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어정원은 골을 성공시킨 뒤 포항 서포터스 앞에서 두 팔을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쳐 팬들을 열광시켰다. 세리머니에 대해 그는 “(종합격투기 선수) 코너 맥그리거를 따라한 것인데 부족했다. 걷는 것도 건방지게 해야 했는데 골을 넣으니까 아무 생각도 안 나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했다. 한 번씩 이런 극장골을 넣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런데 프로에서 골이 없었고. 이런 극장골은 처음 넣으니까 정신없이 뛰어가다가 생각나서 세리머니를 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골이 들어간 직후 비디오판독(VAR)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어정원은 “쇄도하는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허)용준이 형이 슈팅할 때 구경하다가 동시에 들어갔는데 내가 앞에 있었나 싶었다. 하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골이라고 믿었다”고 밝혔다. 비디오판독 결과 그대로 골이 인정됐고, 이 한 골로 인해 포항이 결승으로 갈 수 있었다.
신라중, 개성고를 거쳐 2021년 부산아이파크에 우선지명으로 입단한 어정원은 올해 포항으로 팀을 옮겼다. 프로 데뷔 초반 윙어였던 그는 이후 측면 수비수로 전향했고, 최근 포항에서는 미드필더 역할까지 맡으며 말 그대로 ‘소금’ 같은 역할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정원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만 이제는 확실히 측면 수비수가 편한 것 같다. 부산에서도 측면 수비수를 해봐서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 확실한 주전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선 “솔직히 훈련할 때 선발팀이 아닌 후보팀에서 하면 마음 속에서 끓어오르는 느낌이 있다.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꾸준히 하다보면 주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그동안 연패로 좋지는 못했는데 이렇게 승리하게 되면 정신적으로 편하고, 힘든 것도 잊게 된다. 주말 울산과의 동해안 더비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포항 = 오명철
사진 = 대한축구협회